■ 공모전 주제
‘구청주시청사의 보존과 철거’ 이슈의 교훈과 도시.건축적 해법 Learning from “preservation and Demolition of the Old Cheongju City Hall”and Urban Architecture Solutions
■ 공모전 개요 및 일정 등

■ 심사위원평
심사위원장 김 준 성
구청사의 도시적 장소로써의 재해석에 대한 다양한 제안들을 볼 수 있어서 무척 즐겁고,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 대상과 내셔널트러스트상은 도시를 읽는 기본적 이해에 대한 배경 속에 각자 특색있는 건강한 제안들이었다. 대상에서는 도심 속 비움의 열린 공간으로서의 많은 가변성과 변화를 수용하면서도 구청사를 그 비움의 중요인자로 만들고자한 훌륭한 안이었고, 내셔널트러스트상작은 환경과 일상을 묶는 섬세한 제안으로 구청사가 그의 일부가 되어지는, 도시적 환경에 대한 또 다른 사고를 보여준 안이었다. 그 외 모두 우수작과 특선, 입선작들도 나름 개성있고, 신선한 사고들을 보여주기 충분하였다.
심사위원 박 기 범
구 청사에 대한 고민, 가로의 스케일에 대응하는 방식, 주변 도시조직에 대응하는 기법, 삶을 담아내는 오픈스페이스 등에 대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담긴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청사를 물리적 형태로 남겨두는 것에서 나아가 어떤 레벨에서 어떻게 바라볼지 고민한 흔적들도 많았습니다.
도시민의 삶을 건축가의 언어로 구속하지 않고 삶의 모습들이 자연스럽게 담길 수 있는 오픈스페이스에 대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들이 수상의 영광을 누렸습니다. 창의성과 완성도 높은 학생들의 작품을 통해 한국 도시건축의 미래를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심사위원 조 재 원
이미 철거된 청주시청사를 보존하는 것을 전개로 한 이번 공모는 특별하다. 공모전이 이루어질, 가능한 해법만을 찾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지향해야 할 가치를 세우는 공동의 연구의 장으로서 가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수상작 모두 아쉽게도 우리가 잃어버린 기회들을 드러내 보여주는 수작들이다. 특히, 당선안은 청사를 ‘남긴다’라는 명지한 전제를 새로운 도시맥락의 제안으로 훌륭히 완성해내었다.
심사위원 김 용 미
심사는 다음과 같은 관점에서 이루어졌다.
1. 기존 가로와 편리하게 연결되는 접점들이 잘 만들어졌는지?
2. 원도심 내 시민들이 모일 수 있는 오픈스페이스가 기존 가로와 연결선상에서 인간적 스케일로 도심 속에 적절히 녹아있는지?
3. 건물들이 원도심의 스케일과 적절히 어울리는 경관을 현성하는지?
4. 기존 청주시청사의 존립방식에 대한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155개 작품은 다양한 해법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것은 몇 개의 유형으로 나뉘어졌다. 심사과정에서 어떤 유형이 더 우수하다고 보기보다는 각 유형에서도 어떤 것이 더 완성도가 있는지를 평가기준으로 삼았다.
특선
청주 기록의 배
The Ship of Record
신동휘 ㅣ 정수이 ㅣ 강준영
◆ 작품 개요
사라진 지역성, 파편화
우리는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 자연과 인문, 농촌과 도시가 고루 섞였음에도, 청주는 어떻게 무색무취의 도시가 되었는가? 근대화와 산업화 속에서, 청주는 도시 맥락에서 벗어난 개발과 무분별한 팽창과 삽시간에 세워진 새동네들은 도시 공동체의 분절을 불러오며 지역의 정체성을 흐려왔다. 결국 우리는 시민들이 공유하는 공동체의식과 정체성의 부재 속에서 시청의 철거를 목격한다. 대상지는 도시 팽창의 힘으로 생겨난 싱크홀처럼 보인다. 인근의 상당로와 사직대로, 과거의 청주역 철도는 청주의 발전을 이끈 축임과 동시에 도시를 파편화 시키고 중앙동 일대를 쇠락시키는 통로로 작용했다. 또한 현 시청사는 중심상권인 성안길에서 이어지는 보행 동선을 이어받지 못하고, 국립현대미술관과 청주대학교, 충북도청을 지나며 광역도시를 연결하는 상당로의 흐름을 흘려보낸다. 현 시청은 동서로의 보행자 흐름과 무심천-우암산의 자연의 축을 가로막는 장벽이 되어 ‘시민 없는 시청’의 역설을 낳았다.
기록 기반 도시 커뮤니케이션
우리는 이곳에 시민의 기록과 기억을 보존하면서, 변화하는 도시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청주의 정체성과 지역성을 담는 기억의 중심을 만든다. 해체의 축이었던 사직대로와 상당로를 모음의 축으로 발견하고, 시청의 장벽은 해체된다. 이에 이 프로젝트에서는 "기록"하는 행위에 주목한다. 도시의 정체성이란, 곧 시민들의 기억이다. 이곳은 시민들의 무형의 기억을 유형의 기록으로 모은다. 기록은 정적인 텍스트에만 국한되지 않고, 영상, 사진, 회화, 음성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이루어지며 이곳에서 생산, 보존, 공유된다. 즉, 이는 시민들의 기억과 청주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겨 공유하는 도시 단위의 커뮤니케이션을 만들어내며, 이곳은 파편화된 청주의 동네 사이를 봉합하고 견고해진 공동체를 토대로 정체성과 지역성을 찾아간다.
배치와 프로그램
우리가 필요한 것은 건물이 아닌 도시조직이다. 따라서 이곳은 주변의 맥락을 존중하면서, 단절된 흐름이 이어지는 공간이자 머무르는 공간이어야 한다. 이에 주변과 비슷한 높이의 작은 매스들이 간격을 두고 배치되며 기존의 흘려보내던 중앙로와 상당로의 흐름을 잇고, 성안길 – 시청 – 청주대학교의 보행축과 무심천-우암산의 자연축을 연결한다. 또한 동적이고 빠른 남서측의 분위기, 비교적 정적이고 느린 북동측의 분위기를 따라 매스에 매체별로 프로그램을 배치하여 각 매체에 따른 기록의 생산, 보존, 공유가 일어나도록 한다. 이 때 매스 사이에서 발생한 한옥의 중정을 닮은 4개의 마당은 시민들이 모이고 기록이 융화되는 장소가 되며 마당을 향해 매스를 낮추어 위요감을 덜어낸다. 이러한 건물과 마당은 사이트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데크와 보행로를 통해 하나의 다채로운 흐름으로 연결된다.
시청사의 재해석
기존의 시청사와 신축 매스는 개방과 투과의 맥락에 따라 재해석된다. 기존 시청사가 가진 콘크리트 아치의 아케이드가 가지는 개방성의 맥락은 새로운 재료인 철골로 재해석되며, 배의 난간을 닮은 파사드의 난간 또한 데크의 철제 난간으로 반복된다. 한편 기존의 솔리드한 콘크리트를 떠나 신축 철골조 건물들은 빛이 투과되면서 더욱 가벼운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타공판으로 감싸지며 내외부의 시각적 경계를 흐린다. 또 행정중심의 장소로 일률적으로 분리된 층에서 벗어나 각 건물들 내부는 층간의 보이드로 연결되어 소통과 연결성을 강화한다. 즉 이러한 건축의 표현은 기존의 장벽이자 관료적 공간이었던 시청이, 미래에 어떻게 시민들의 공간이 되고 그 기록을 담는 공간으로 변화할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기록의 축적과 순환
우리는 시민들의 기억으로만 존재하는 단편화된 청주의 모습들을 텍스트, 음성, 미술, 영상, 이미지 등 다양한 유형의 매체들로 기록하여 보존하고자 한다. 도시구조와 시민의 구성이 점차 변할지라도, 이렇게 보존된 기억들은 변하지 않는 영속성을 갖는다. 이는 단순히 데이터로서 보관되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모인 기억들은 시민들에게 전시되어 과거를 상기시켜주기도 하는 한편, 이들에게 다시 창작의 씨앗이 되기도 하며 기억의 순환, 즉 끊어지지 않는 연속적인 도시의 정체성을 만들어 나간다. 결국 우리가 제안하는 것은 단순한 문화체험시설이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공동체를 만드는 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