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모전 주제 : 안양 옛 ‘농림축산검역본부 본관’의 가치 보존과 지역 재생
Preservation and regeneration of the old “Animal and Plant Quarantine Agency” main building
■ 공모전 개요
■ 심사위원장 심사평
2025 근대도시건축디자인 공모전의 제출된 많은 작품을 살펴보면서 참가자들의 엄청난 열정과 함께 할 수 있었다. 작품들이 저마다 다양한 관점과 개념을 제시하여 풍성하게 차려진 식탁을 향유하는 기쁨을 누렸다. 그렇지만 ‘이 작품을 꼭 뽑고 싶다!’라고 생각되는 작품이 없었다는 솔직한 소감도 덧붙이고 싶다. 제시된 디자인 영역이 너무 넓고, 도시-건축 프로그램에 대한 정의가 불분명하며, 대지에 얽힌 맥락이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과녁을 세우기 어렵고 조준을 하기는 더욱 어려웠을 것이다. 참가자들의 어려움이 고스란히 심사위원에게도 전해져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심사를 진행했다.
문제가 어렵고 복잡했기 때문에 단순한 형태나 뚜렷한 개념으로 공간을 정리한 안들이 심사위원의 눈을 끌기 쉬운 구조였다. 복잡한 상황을 단순한 구조로 정리하는 것이 문제 해결에 용이하고 설득력을 갖기 쉽다. 그러나 그 방식으로 인해 소외되거나 무시되는 공간과 가치가 필연적으로 생긴다. 특히 보존과 관련된 프로젝트에서는 현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요청된다.
대상 수상작 ‘회랑, 공존의 선을 긋다’는 회랑이라는 강력한 도시-건축적 장치를 통해 대지 전체를 통합하고 기존 건물과 새로운 프로그램의 결합하는 제안이다. 아이디어는 단순하지만 대지의 복합적 상황을 잘 풀어낸 작품으로 평가한다. 회랑과 같은 매개적 건축공간이 우리 도시에 가장 필요한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보존 대상인 농림축산검역본부 본관을 회랑의 일부로 종속시킨 것이 이 프로젝트의 큰 약점이다. 회랑은 회랑으로서 그 존재를 가지면서도 보존해야 할 건축물을 그대로의 맥락 속에서 존중하는 대안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또 다른 대상 수상작 ‘기억의 침잠, 해방의 공간’ 은 비움의 전략을 잘 구사한 작품이다. 채우거나 더하는 방식도 디자인이지만 비우는 행위 또한 중요한 디자인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낮은 높이의 건물을 제안하고, 대지가 지닌 지형을 적절히 이용하여 겸손한 풍경을 제안했다. 밀도가 높은 번화한 도시 한가운데 고요하고 평화로운 빈 공간이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시민들에게 위로가 될 것이다. 그렇지만 이 대지에 투사되고 있는 도시적인 압력과 프로그램의 절박한 요구에 대해서는 정면대결을 피한 느낌을 받았다.
특별상 수상작 ‘이중의 풍경’은 주거와 문화공간 콤플렉스를 제안했다. 주거를 프로젝트에 포함한 것이 특별히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두개의 긴 아파트 사이에 문화공간 프로그램을 전개한 구성으로, 강력한 건축적 모뉴먼트를 제시한 것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보존되어야 하는 본관의 풍경과 맥락이 훼손된 점, 그리고 오픈 스페이스를 아파트의 입면이 독점하는 배치방식에 동의하기 어려웠다. 도시의 가장 중요한 오픈스페이스를 도시의 가장 의미있는 건축이 점유해왔던 도시의 역사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입선
안양예술확산본부 : 흔적을 따라 걷는 예술의 숲
Anyang Art Diffusion Headquaters : A forest of art following the traces
최환빈 도경효
<‘예술도시’ 안양으로서의 지속가능성>
1905년 철도 개통을 기점으로 공업화가 급진적으로 진행된 도시 안양은 그와 동반해 수많은 공공기관들이 입지했다. 수도 중심 개발 정책과 수도권 교통망 발달로 인해 점차 베드타운으로 인식되며 활발했던 도시의 색채가 옅어졌지만, 현재는 ‘예술 도시 안양’이라는 목적성을 가지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전개하고 있다.
<점에서 선으로, 선에서 면으로>
APAP 행사를 통한 공공 예술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며 예술 도시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안양이지만 이를 통해 지역 활성화를 이뤄내기엔 지점 간 연계성 부족과 같은 한계점에 당면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AAA(Anyang Artistic Activity) 거버넌스 창설 및 긴밀한 협력을 통해 지점 간 교통망을 구축하고 유휴 건축 자산을 도시재생 거점화하여 임대 및 지역 주민 예술 문화 향유 기회를 고취시키기를 제안한다. 지자체, 예술재단, 도시재생본부, 지역주민단체 간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도시 그 자체가 예술품으로 작동할 수 있는 상생 시스템을 구축한다. 지역 자가 생산-소비 체계를 만들어내 문화 관광 접객능력 향상과 예술 중심 도시 확장성을 확립하고 도시 계획상 예술적 공공공간의 결절점으로 역할시키고자 한다.
<건축유산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60년대 건축된 본 유산은 본래 검역과 방역이라는 국가 안보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었다. 56,309㎡라는 넓은 부지에 단지형 배치를 띄고 있는 수많은 건물들은 경계 내에서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우리는 계획에 있어 그러한 요소들을 존중하며 진행하고자 했다. 그뿐만 아니라 초기 모더니즘 건축 형식과 부조 입면이라는 특징적인 건축,문화, 역사적 가치를 가지며 보존 및 보전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특히, 전면의 콘크리트 부조는 동물 실험이라는 장소의 과거 기능을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우리는 과거 기능을 다 한 이 공간이 도시 숲이라는 생태 친화 공간으로 재작동하며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고, 일상 속에서 비일상적 공간들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제안한다.
사람들은 떠나도 건축물은 그 자리를 굳건하게 지킨다. 과거, 현재, 미래에 걸쳐 건축공간이 어떠한 방식으로든 제 역할을 한다. 본 유산은 과거는 국가 방역의 최전선으로, 현재는 도심 속 예술을 품은 공공 건축공간으로, 미래에는 100년을 견뎌온 건축공간 그 가치로서 자체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유산 보전 계획을 4가지 관점을 토대로 진행했다.
01 대상지를 중심으로 수리산 일대와 경부선 사이의 “단절된 블록 체계 개선”
수리산과 안양천을 가로지르는 동서방향 축의 중심에 위치한 대지는 방치되어 도시 블록들 간의 단절화를 야기하고 있다. 안양을 직선으로 관통하는 안양로와 대지 동측의 블록은 수많은 저층 밀집 주거지역들로 인해 단절된 형국을 보이고 있다. 우리는 대상지를 녹지화하여 도시 보행 친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기존 스카이라인을 유지함으로써 경관 친화적 시민 예술 향유 공간으로 재구성하였다.
02 수리산의 “녹지를 도심지 내로 연장하는 도시 숲” 계획
대상지 서측 수리산의 녹지는 도시를 타고 흘러내리다 해당 블록을 기점으로 단절된다. 우리는 생태 도시 숲을 계획하여 녹지공간을 도심지 내로 연장하고 자연 속에서 예술 문화를 경험하는 비일상적인 공간을 대입한다. 특히, 본관동 전면의 국내 최대 왕개미 군락지의 잔디 면을 확장하고 지면 레벨에서 일정 거리 이격된 파빌리온형 보행로를 설치하여 생태계 보전을 통한 지속 가능한 건축을 목표한다.
03 지상 레벨의 도시 숲과 분리되어 숲을 조망하며 “예술 단지를 매개하는 공중보행로”
약 10m 고저차의 대지의 속성을 이용하며 건축공간을 관망할 수 있는 ‘건축적 산책로’를 제안한다. 본 유산이 내재하고 있는 경험적 요소들을 ‘공중보행로’를 매개로 재연결하고 지면과 공중보행로 면의 이용객 사용 속도를 분리하여 각 레벨에서 이용객들에게 입체적 경험을 선사한다. 공중보행로는 기존 건물을 관통하거나 스쳐 지나가는 등 과거와 현재의 공간을 넘나드는 매개체로 작동한다. 이를 통해 도시 속 보행 친화적 공간을 조성하고 예술 활동을 직접 및 간접 체험할 수 있는 빈도를 증가시켰다. 공중보행로는 기존 건축물들의 수평선 맥락을 수용하여 유연한 건축 경관을 구성한다.
04 기존의 건축 형태를 활용한 “과거 공간의 흔적 보존” 및 증설
기존 건축물들은 외부로부터 진입이 제한적이고 내부 평면적 요소들 또한 단계적 진입을 거쳐야 했던 일종의 요새였다. 이 점을 착안하여 건물 내부로 진입하는 동선에 광장이나 보행로를 계획하여 단계적 진입이 가능하도록 계획해 과거의 공간 형태를 현대식으로 존중했다. 또한, 동물실험실, 연구실, 소각로와 같은 여러 동물 실험들이 행해지던 기념적 공간들은 그 평면 형태를 흔적으로 보존하여 재구성하고 방문객들로 하여금 공간의 역사적 맥락을 경험하고 되새길 수 있게끔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