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모전 주제 : 자유센터의 미래는? What does future have in store for the Freedom Center?
■ 공모전 개요 및 일정 등
■ 심사위원회 심사평
60년의 세월이 흐르며 구시대의 유물처럼 잊혀지고 퇴색돼 버린 자유센터 본관에 대해 건축의 유산적 가치 재고와 함께, 앞으로의 60년을 위한 자유센터의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기 위한 참여자의 창의적인 해법을 제안해 달라는 것이 올해 「2024 근대도시건축 디자인 공모전」의 주제였다.
60년 세월 동안 변화된 이념과 가치에 대한 해석, 압도할 만한 본관의 공간적, 조형적 어휘에 대한 재해석, 남산과 한양도성 훼손에 대한 이해와 판단, 그리고 미완의 결과로 황량하게 남아 주차장으로만 이용되는 광활한 주변부에 대한 고민 등, 숙제 거리가 산적한 어려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참여자들의 창의적인 제안의 경연으로 많은 시사점을 발굴할 기회가 되어 매우 의미 있는 기회였다. 다만, 다중적인 여러 고민거리로 인해 정작 자유센터 본관이라는 중심주제에 대한 진지한 접근과 구상보다는, 부지 활용과 새로운 기능의 부여 등 표피적인 첨삭에 매달린 작품 또한 적지 않은 아쉬움이 있을 뿐이다. 그런 측면에서 주제에 대한 이해와 해석, 그리고 그를 바탕으로 한 본인만의 고유한 해법으로 건축적 가치를 유효히 드러낸 작품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살펴보게 되었다는 점을 밝힌다.
대상작품으로 선정된 「자유센터, 기억의 안식처로서 새로운 가치」는 자유센터 본관의 건축공간과 조형에 대한 이해와 분석, 그리고 독특한 분위기를 드러내고 있는 본관에 대한 감각적 직관, 그에 바탕한 국립호국원이라는 프로그램의 삽입, 그리고 북측 주차공간의 대지고저차를 적극 활용한 현대적 건축물 조성에 있어 건축유산인 자유센터본관의 존중과 더불어 시간 간격을 가진 두 시설 간의 대비적 관계를 적절히 잘 드러낸 수작이었다.
또 다른 대상작품인 「서울 영화 공원 : 잔존하는 자유센터」는 유물로만의 자유센터를 일방적으로 존중만 하는 대신, 램프와 브리지 등 현대적인 건축어휘를 적극 개입시키되, 그동안 견지해온 본관의 건축적 가치와 유산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유지될 수 있도록 세심히 다룬 작품으로 평가했다. 최우수작품인 「남산문화센터」는 새롭게 조성한 광장 사이에 본관과 마주해 본관의 열주 기둥과 그를 현대적으로 오마쥬한 전시관 파사드의 대비 효과가 흥미롭고, 민평통의 사무처로 사용되는 건축물의 리노베이션 등을 통해 60년전 완성되지 못한 단지의 완결성을 세심하고, 정교하게 부가한 수작이었다. 그 외 우수작과 가작, 입선 등의 작품들도 자기 해석과 구상, 그리고 그를 디자인한 결과에 대해서는 이에 견줄 수 있는 수작들이 많았지만, 일일이 열거하지 못하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입선
‘기억의 섬’으로
To the memories island
김신혜
◆ 작품개요
장충단에 위치한 자유센터는 반공산주의 역량 결집을 위해 지어진 건축물로, 반공주의 시대의 역사를 증명하는 기념비적 건축물이다. 이 건축물은 김수근 건축가의 초기 작품으로 60년대 한국건축을 대표하는 뉴모멘트적 작품이자, 건축물 본연의 물성이 남아, 기념비적 숭고함을 품고 있다는 점에서 건축적 의의가 크다. 또한, 도시와의 관계성, 위치적 합리성 등을 고려했을 때 새로운 문화와 공공성, 성장 가능성에 대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반공의 의미가 중요하지 않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자유센터는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외딴섬’처럼 존재한다.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이 건물이 탄생하게 된 이야기와 그런 역사가 존재했다는 사실은 우리가 기억해야 할 부분이다. 다음 계획안을 통해 자유센터에 남산의 자연을 유입시키고, 새로운 문화공간으로서 과거와 미래를 이어주는 활용 방안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기억의 섬, 자유센터
홀로 남은 자유센터는 더 이상 외딴섬이 아닌 ‘기억의 섬’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반공의 역할은 사라졌지만, 과거에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교육을 받고 집회를 열었던 역사를 기억할 수 있는 장소로 만들어야 한다. 설치된 커튼월을 제거하고 처음의 형태를 유지함으로써 본질적 가치의 중심이 되는 공간으로 탄생시켰다. ‘기억의 섬’에는 과거에 반공의 역할을 하던 ‘한국자유총연맹’의 오피스를 유지시키고, 미래의 우리가 역사를 기억할 수 있도록 전시장과 체험 공간을 배치하였다. 이를 통해 과거 60년과 미래 60년이 기억의 섬에서 공존할 수 있게 된다.
기억의 섬과 그 주변 : 자유의 확장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사용자들을 유입시킬 수 있는 또 다른 섬들을 기억의 섬 주변에 배치하였다. 사용자들은 크게 거주자, 문화를 즐기러 오는 자, 행인으로 나눌 수 있다. 이들의 일상, 혹은 목적지로 향하는 중에 이 섬들을 마주하고, 자연스럽게 이용하게 된다. 섬은 크게 기억의 섬과 주민의 섬, 휴식의 섬 그리고 환경의 섬까지 네 개의 섬이 존재한다. 주민의 섬을 주변 거주자의 이동량이 많은 동측에 위치시켜, 인근 주민에게 휴게시설을 제공하도록 계획하였다. 휴식의 섬은 테라피존, 북카페, 테라스 등 휴식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여 주민, 문화인 등 사람들이 오가며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 찾아올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환경의 섬은 남산과 맞닿은 면에 위치하여 자연환경과 관련한 교육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섬 이외에도 남산을 느끼고 자유를 만끽하는 파빌리온은 자유센터와 남산을 한눈에 담기 위해 진입로에 배치하였다. 각각의 섬들은 모두 기억의 섬을 통하여 자연스럽게 우리의 일상속에서 역사를 기억하게 된다. 이 기억의 섬을 중심으로 자유는 확장되고, 곳곳에 여러 섬들로 퍼져나간다.
미래를 위한 공간, 남산과 함께
건축물의 전반적인 높이 차는 남산의 산능선을 살려 계획하였다. 서울시는 랜드마크로써 남산의 상징성을 회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남산을 이루고 있던 다양한 수목들로 조경을 계획하여 남산이 각 섬들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된다. 또한, 각 섬들의 상부는 흙과 잔디, 모래 그리고 남산의 부족한 수공간으로 구성된다. 특히 수공간은 각각의 섬들을 이어주는 바다의 역할을 함으로써 사용자들이 남산과 함께 자연을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계획하였다. 바다와 섬을 구성하고 있는 사각형 모듈은 자유센터 설계안을 참고하여 7,800mm, 7,400mm로 계획하였다. 이렇게 바다와 섬으로 둘러쌓인 자유센터는 외롭게 있지 않고 사람들과 함께하며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되었다. 자유센터는 과거부터 한국 건축 발전의 기록이자, 시민들의 역사가 담긴 공간이다. 역할이 다하였다고 생각해 외롭게 방치되는 것이 아닌 현시대에 필요한 기능을 새로 부여함으로써 자유센터가 건축적 가치를 보존하고 함께 미래로 나아가는 건축물이 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