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모전 주제 :
- 병참기지화의 현장, 부평 미쓰비시 사택지의 실천적 재생
■ 공모전 개요 및 일정 등
■ 심사위원장 총평 펼쳐보기심사위원들은 1차 선정작 추천에 대한 개별 심사방향과 이 주제의 탐구가 어째서 이 시대에 필요한가에 대한 의견을 정리하여 최종심사에 임했고, 자신이 단독 추천한 작품의 우수한 면을 피력하며 타 위원들을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 51개 수상작을 결정했다. 대상지가 던지는 문제의식을 정면으로 마주하려는 노력에서 회피적,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거나 과잉 해석과 변용으로 공모전 주제가 상당히 희석되어버린 경우 등이 1단계 탈락한 작품들의 주요 공통점이다. 또한 수상작 가운데 최종 6개 작품에 들지 못하고 특선, 입선에 머무른 작품들은, 제안의 완성도가 높더라도 <실천적 재생>의 방향이라기보다 관념적 접근이 두드러진 경우, 전략은 돋보이나 작업 전반에서 리서치와 디자인의 균형을 잃은 경우에 해당한다.
다수의 작품이 탈락되는 본 공모의 특성상, 2단계 심사에 오르지 못한 작품들의 경우 제출자들의 노력이 각각 어떻게 읽혀졌고 평가받았는가를 일일이 남기지 못하는 한계가 있음이 유감이며, 당선작에 대한 6인 심사위원 의견을 모아 아래와 같이 정리한다.
제안의 두가지 방향
본 공모의 제안들은 첫째, 이 지역의 공장(부평공원)과 구사택과 신사택을 보행체계로 연결하며 마을 규모의 제안을 하고 있는 도시재생적 제안, 둘째, 신사택지를 중심으로 기존 줄사택의 구조와 특성을 반영하고 선택적 신축을 혼합한 건축적 제안으로 구분될 수 있다.
도시재생적 제안의 핵심은 공원, 구신사택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완성해주는 보행동선의 체계와 부지별 주거와 공공 기능의 선택적 제시였다. 한편 건축적 제안의 핵심은 줄사택의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해체할 것인가의 기준을 확인하고, 이를 근거로 새로운(문제 해결) 건축적 아이디어의 구현이었다. 건축적 제안은 무엇보다 부지의 지하공간의 활용과 고저 차가 있는 동쪽 부지와 서쪽 부지의 건축적 경험을 유도하는 연결체계였다. 전자를 위해 깊은 지하공간이 제안되었고, 후자를 위한 공중보행덱크가 이용되었다. 또한 긴 줄사택의 평면과 거대 지붕구조체의 특성을 어디까지 보전하고 해체할 것인가가 설계 아이디어의 종점을 이루었다.
이러한 설계제안의 이슈들은 근대도시건축 보전의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핵심과제이며, 그럼에도 기념비적 건축의 보전이 아닌, 집단화된 공장주택지라는 특수하면서도 보편적인 도시건축의 과제를 탐구했다는 점, 다시 말해 ‘일상의 주거지는 어떻게 근대도시건축과 공생할 수 있는가’의 질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본 공모의 큰 의의를 확인할 수 있다.
다만 남아 있는 줄사택은 철거가 예정되어있고, 보전의 가치를 인식하는 것과 현실의 개발 방향을 수긍하지 않을 수 없는 것 두 가지가 애초에 참가자들에게 상존하여 ‘나의 제안대로 진짜 이렇게 된다면’이라는 즐거운 상상력이 절제되었을 것이다. 공모의 취지에 가까이 근접한 작품수가 기대보다 적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특별상 이상 수상작 선정을 위해 작품수를 줄여가는 과정에서 대상으로 선정된 2개의 안은, 각각 도시재생적 제안(국토교통부장관상)과 건축적 제안(문화재청장상)의 수작으로서, 무엇을 제안할 것인가에 대한 탐색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의 창의적 접근이 가장 탁월했음에 이견 없는 평가를 받았다.
대상(국토교통부장관상)_ 회고의 공간, 회복의 거리
기존의 구사택과 신사택, 그리고 인접한 부평공원을 하나의 보행체계로 묶어 마을 전체의 새로운 변화를 제안했다. 밀도를 부여한 수직형 공동주택을 끼워 넣어 줄사택 보존과 대조하는 전략이 돋보이며, 특히 줄사택을 고층주거의 저층 커뮤니티 공간으로 이용한 아이디어는, 이 땅에서 적정 밀도와 보존을 병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공모에서 기대했던 제안범위의 확장을 신중하게 시도하면서도 현실적인 대안으로서의 설득력도 갖춘 수작으로 심사위원 전원의 높은 지지를 받아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대상(문화재청장상)_ 시간마당
‘시간’, ‘벽’, ‘구조’를, 줄사택을 이루었고 이루어갈 탐구대상으로 놓고 리서치와 디자인의 균형을 유지하며 명쾌한 프로세스로 완성시킨 제안이다. 특히 사용자가 덧붙여간 증축부분 까지 역사적 가치로 인정하여 ’시간‘이 만들어 놓는 구조를 언급하면서 ’원형‘의 시점을 되묻게 하는 고민의 출발이 진지하다. 존치와 재구성의 전략을 통해 세대를 한정했던 벽을 커뮤니티를 끌어안는 벽으로 확장-변형함으로써 새로운 도시공간을 개입하는 전략이 충분한 논리를 갖추며 주목받았다.
우수상(근대도시건축연구회 회장상)_ 매듭짓기
왜 줄인가에 대한 통찰력있는 질문을 던지며 근대 생산성에 대한 은유적 해석과 일방향적 삶으로 고정시킨 줄 사택 구조의 단절감에 대한 문제의식을 비판적으로 보여준 제안이다. 기존의 틀을 흩뜨리지 않으면서도 배치의 잠재력을 새로운 도시조직의 힘으로 변환시키고자 한 전략이 돋보이나 ‘매듭’짓기로 단순화된 제스추어 및 공간개입의 방식이 정교하지 않은 아쉬움이 있다.
우수상(새건축사협의회 회장상)_ 삼릉을 걷다.
노동자주택과 병참공장기지의 역사적인 맥락을 가로를 중심으로 경계 없이 엮으려는 점이 돋보인다. 세심하고 미시적인 관찰과 연구를 통해 걸러진 신중한 제안으로 문제를 직시하고 내어놓는 답변들에 몰입하게 하나, 건축제안의 단계에서 본인이 정의한 역사적 의미를 적용하여 다소 작위적, 도식적인 재생을 계획한 점이 아쉽다.
특별상_ 줄사택을 보다.
줄사택의 정체성을 건축의 요소로 환원하여 분석한 흥미로운 작업으로 역사적 기억을 어떻게 읽도록 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사고하고 체계적인 접근법을 제시한다. 다양한 각도에서 줄사택을 해체하고 지독하게 관찰한 집중력이 돋보였으나 이를 통한 최종 제안이 실제 이용자의 경험으로 연결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특별상_ 부평동 기록소
줄사택을 역전시켜 비어있는 공간으로 규정하고 빈 공간 사이를 새로운 ‘구축’으로 채워 넣는 시도를 통해 즐거운 변주를 만들어 낸다. 비우고, 본을 뜨고, 복제하는 일련의 과정이 주제에 맞게 차용 가능한 신선한 전략이고 기록소라는 프로그램도 적절하나, 줄사택 원형의 수평성을 거의 잃어버려 기록만 남고 기억은 지워지는 아쉬움이 있다.
최상위 6개작품에 들지 못했으나, 8개의 특선작과 37개의 입선작은 대부분 불과 1개 투표차에 의한 선정결과로서 주제 선정, 개념 발전, 리서치 심화, 계획안 제시 등 각각 다른 단계에서 고유한 강점을 가지고 있었다. 심사위원들은 공통적으로 논리적 연계, 창의적 해석, 작업의 성실성을 선정기준으로 삼으면서도 ‘그래서 제안자는 무엇을 실천하고 있는가’를 우선 발견하고 싶었다.
최상위 수상작으로 올리지 않는 것을 결정하기 위해 심사위원 모두의 긴 토론을 끌어낸 두 작품을 추가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삼릉, 기억을 심다’는 대상지 전체를 하나의 건축으로 인식하고, 도시 내 역사공원으로 전환한 과감한 아이디어가 읽혀지나, 줄사택을 공허부로 즉각적으로 치환하여 오브제로 동결시키는 과정에서 줄사택 존재 자체에 대한 탐구과정이 누락되었다는 지적이 있었고, ‘삼릉, 새로운 삼릉에 오르다‘는 줄사택의 수평적인 덩어리를 경사지를 대응하는 세 개의 언덕으로 번역하여 형식과 관계를 동시에 해결하는 전략이 특별하나 도시와 만나는 지점들이 섬세하게 다루어지지 않아 결과적으로 줄사택 원형으로부터 지켜진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남겼다. 두 작품에 대한 공통의 긍정적 평가는 수준 높은 완성도에 관한 것이었지만, 수상권 밖에 두었다는 것은 이 공모의 지향점이 무엇인지 시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 19로 삶과 사회적 관계가 변화하고 대면 공동체 활성화를 표준과제로 여겼던 마을재생의 방식도 달라질 것이다. 코로나 19가 정중앙을 관통한 시기에 고민한 작업이었음에도 공모 주제의 어려움 때문이었는지 제출작 대부분이 제시하는 프로그램이 기존 마을재생사업에서 단골메뉴로 다루는 기능들과 크게 다르지 않고 이 동네는 이것을 필요로 할것이다라는 수월한 진단을 내렸다는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줄사택이라는 물리적 실체에 대한 천착과, 공간을 해제하고 미래사회의 장소 개념을 탐구하는 노력이 동시에 담긴 작업도 기대했던 바이기도 함을 밝히며, 심사위원의 동의를 얻지 못했던 낙선작 제출자 모두에게 격려와 응원을 보낸다.
입선
동충하초(분해되고 승화하다)
(Decomposition & Sublimation)
김동욱 I 오상현
■작품 개요
<접근법>
부평2동 일대는 원룸건물들로 빼곡히 채워진 동네다. 높은 주거밀도 한 가운데에 다 쓰러져가는 흉가단지가 있는데, 기능도 없으면서 면적은 차지하고, 흉물스럽기까지 하니 동네의 큰 골칫덩어리다. 이 줄사택지 때문에 주민들은 수십 년간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기에, 무엇보다도 그들을 위해 환원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빽빽한 곳에서 벗어나 잠시 숨통이 트일 수 있는 곳이 필요하고, 열악한 동네환경을 개선시킬 수 있는 편의, 복지시설을 포함한 공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 해결방안의 첫 번째로는 ground level를 공원화하여 밀도를 완화시키고, 두 번째는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주입해 느슨해진 주민공동체의 그물망을 확립토록 한다.
<설계개념과 주안점-줄사택의 재구성>
강제징용자들을 최소면적에 최대수용하기 위해 지어진 미쓰비시 줄사택은 분명 역사학적으로 가치는 있지만, 건축계획이나 휴머니즘적 측면에선 그 자체가 가치있다고 보기 힘들다. 하지만 따개비처럼 무질서하게 붙어있는 증축건물과 노후화되는 과정은 거주자들의 삶의 흐름이 반영돼있으며, 결과적으로 그 모든 삶들이 응집된 것이 줄사택의 현재 모습이 된다. 뭉쳐있던 것(현재의 줄사택)을 분해하면서 풀려나오는 시간의 흐름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하고, 줄사택의 구성요소들을 현대의 요구조건에 알맞도록 재구성한다.
해체(분해)과정에서, 증축된 현재 줄사택의 윤곽을 유지하는 목적으로 증축건물의 외벽은 유지한 채, 내벽들을 전부 비워내고 중구난방이었던 지붕들도 걷어낸다. 내벽과 지붕이 사라지면서 가려졌던 과거 줄사택의 원형(原形)이 밖으로 드러나게 된다. 증축건물의 외벽은 외부와 사택을 구분하는 중간공간이 되고, 동시에 사택 주변으로 작은 마당이 저절로 구획된다.
그 다음, 원형 줄사택을 구성하는 5개의 unit 모서리에 기둥을 세운다. 기둥을 축으로 삼아 ‘줄사택과 동일한 볼륨의 매스’를 수직으로 이동시킨다. 경간을 통해 unit의 크기를 외부에서도 가늠할 수 있고, 2층의 ‘매스’ 내에서도 그 스케일감을 느낄 수가 있다. 차례대로 철거되며 잊혀져가던 줄사택이, 부평2동의 중심에서 ‘승화된 매스’를 통해 줄사택의 모양과 위치에 대한 존재감을 주민과 방문객들에게 확실하게 각인시켜준다.
<프로그램과 동선>
인근에 주민회관과 독서실이 위치해 일정수준의 편의시설은 충족되나, 체험형 위주의 프로그램은 전무하다. 동네 주연령층인 노인을 위한 실내재배실을 줄사택에 마련하여 소일거리를 제공한다. 재배된 작물들은 2층의 주방과 식당으로 옮겨져 소비된다. 식물재배나 요리에 대한 지식이 부족할 경우엔, 2층의 작은 도서관에 관련서적들이 준비돼있다. 줄사택 전체동의 중간unit을 비워내고, 전체를 아우르는 ‘큰 축의 벽’을 비워진 곳에 삽입한다. 그 결과 4개동의 줄사택은 하나의 공간을 공유하게 된다. ‘벽’은 비워낸 unit의 칸막이벽의 형상을 띄고 있다. 과거엔 벽으로 삶의 경계를 나눴지만, 지금은 ‘벽’을 통해 삶을 공유하고 집결할 수 있다는 의미를 전달한다. ‘벽’은 양옆의 계단으로 동선을 유도하면서 2층까지 이어진다. 유일하게 큰길들로 둘러쌓인, 접근성과 인지성이 좋은 3번째 줄사택에는 역사전시관을 마련한다. 기존의 출입방식은 측면으로 각각의 unit으로 접근하지만, 역사전시관만은 정면부터 배면까지 뚫린 통로로 출입해 모든 unit들을 줄줄이 통과하며 전시를 관람한다.
<결론>
과거의 줄사택은, 좁은 주거공간으로 삶의 영역을 철저히 구분 짓게 하고 고립화시켰다. 하지만 개선 후에는 반대로 사람들을 하나로 묶고 모이도록해서, 커뮤니티 활성을 도모하게 된다. 역사를 단순히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속으로 들어가 체험할 수도 있다. renovation의 전체과정은, 낙후된 줄사택이 분해되어 새롭고 이로운 것으로 승화되는데, 마치 동충하초의 생장과정과 닮아있다.